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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종양] 증상, 진단에서 수술 후기

Antony 2014. 3. 25. 03:41

굳이 개인 병력을 블로그에 올리는 이유는, 이 병에 걸린 분들에게 제 경험을 조금이라도 전달코자 함입니다. 사실 40이 될때까지 병원 입원한적 없고 잔병치레도 없었던 저로써 황당한 사건(?)이였고, 인생에 있어서 건강상 큰 사건이였기 때문인데, 관련 글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써보려 합니다. (포스팅글은 반말로 작성됩니다)


[증상 및 판정 ]


'12년 후반 서울의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조금 흔들리는 느낌이 있었다. 당시 17층이였는데, 작은 지진같은게 아닌가하고 옆사람에게 물어봤는데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증상이 있었는데 몰랐던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통증으로 인해 근육의 떨림이 있었던 것이였다. 그걸 난 흔들림으로 생각했던 것이고...


'13년 초부터 조금씩 엉덩이쪽이 (정확히말하면 꼬리뼈 윗쪽?) 시큰거렸다. '13.3월엔 다리까지 조금 불편해졌다.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는 직군이다보니, 디스크 초기증상인가 싶어 물리치료나 받아볼까 해서 재활센터쪽으로 가봤다. (터키에서 근무중)



[ 터키 사설 외국병원중 유명한 아즈바뎀 병원 ]



담당의사는 우선 MRI를 찍어보자 했고, 회사 의료보험으로 보험처리가 되기 때문에 한번도 찍어보지 않았던지라,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찍어보았다. MRI 결과가 나왔는데, 담당의사는 신경외과 의사 상담이 필요하다 했고, 신경외과 의사와 상담 결과 "수술을 해야 한다" 라고 함. 터키에서 디스크도 수술을 하려는 성향이 있다고 들었던지라, 별거 아닌데 수술하자고 하나? 싶었는데 MRI 사진을 보면서 영어로 병명을 써달라고 했고 "spinal tumor", 척추종양이라고 함.


종양? 집안 가까운 친척을 포함하여 종양이나 암으로 아픈 사람이 한명도 없었기에 좀 황당하기도 했다. 그닥 실감도 안났고...


그렇지만, 아래 첫번째 MRI 사진을 보면서 현실이구나 싶더라. 너무나 선명하게 종양이 나온지라, 인터넷을 뒤져보니, 정말 아주 동일한 사진들이 있었다. 거의 100% 척추종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국에서 수술받기를 결심하고 병원을 알아보았다.



[ 가운데 보이는 하얀게 종양덩어리이고, 척추에 생겨 척추종양임 ]


[ 역상으로 찍은 종양 ]


[ 가운데 보면 하얗게 꽉차있는 종양 ]



아래 사진처럼 인터넷에서 "척추종양"으로 찾아본 결과 위와 같은 그림들을 찾을 수 있었다. 경막외 종양, 경막내수외 종양, 수내종양인지는 MRI로는 확인하기 어렵고, 뚜껑을 따봐야 아는듯 했다. 수술하기에는 사실 경막외 종양 → 수내종양 순서인데, 수내종양의 경우 척수신경안에 종양이 생겼기 때문에 훨씬 어려운 (다 조심해야겠지만) 수술로 알고 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나의 경우 수내 종양이였고 척수까지 따서 들어가서 종양을 제거한 경우다.




[이미지 참조 :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47765 ]


[ 병원 및 수술날 잡기 ]


병원을 알아봐야 했는데, 신경을 건드리는 민감한 수술로 잘못하면 후유증이 있을 수 있었다. 어설프게 애매한 병원을 가느니, 돈이 많이 들더라도 제대로된 병원을 찾게 되었고, 서울대병원과 삼성병원을 우선 알아보게 되었다.


문제는 해외에 있다보니, 의사 상담부터 수술까지 단기간에 끝내야 하는데, 4월 중순에 의사 상담을 하려 인터넷으로 조회해보니 한달을 더 기다려야 이 분야에 유명한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다행히, 종양이나 암의 경우 빠른 예약이 가능하다는 어떤 분의 글을 읽고, 직접 전화해서 병명을 설명하니, 진료를 1주일 내로 잡아주는게 아닌가!!!


회사에 상황을 설명하고, 병가를 우선 2개월을 내고 한국으로 복귀... 두 병원 모두 예약을 했고, 2군데서 진료를 받아본후에 병원을 선택하려 했다. 서울대병원이 우선 진료일이 잡혀 방문하게 되었는데...암병원으로 오란다... 암병원??? 내가 암환자가 될 수도 있는건가?? 하면서 무덤덤하게 방문하였다. 


의사 선생님이 터키에서 가져간 MRI을 보더니 이것 저것 물어보고 수술을 해야한다는 같은 결론. 수술을 위해 관련 검사가 진행되었다. (CT 촬영, 피검사 등) 검사를 두번하기 뭐해서 그냥 서울대병원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 수술일자는 다시 알려준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빨리 2주안에 잡혔다.


[ 대학로 혜화역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


웃긴건 한국 갈날을 잡고 2주간 밤마다 통증으로 깼는데, 점점 통증이 쎄지는 것이다. 신기한것은 낮에는 멀쩡하다는 거... 대충 인터넷을 찾아보니, 신경은 밤에 좀 민감해지다보니 통증이 새벽에 온다고 한다... 하튼 한국가는 날까지 점점 아퍼서 한두번 꼭 깼음.



[ 수술 ]


수술하기 전날 입원을 했고, 병실이 없어 우선 2인실로 입원 (보험처리하고도 하루에 10만원이였나...) 환자복으로 탈의를 했는데 여전히 실감이 안남. 그리고 여전히 긴장도 안되고, 잘 되겠지라는 생각만... 딱 한가지 수술후에 덜아팠으면 좋겠다 정도?



[ 명찰이다. 이름, 나이와 혈액형 ]



다음날 8시 수술실로 이동하였다. 수술실에 도착하니, 수술실 입구에 약 8~9명정도 침대에 누워 이동하여 1열로 주차하듯 대기... 수술실로 들어가니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가 수술대 옆 침대에서 전신마취에 들어가고, 주사 투입후 순간 기억이 사라짐~ ㅎㅎㅎ


깨어보니 회복실에 있었고, 낑낑대고 있는 나... 한시간정도 회복실에서 낑낑댄것 같고 다시 병실로 이동하였다. 근데 수술이 6시간이나 걸렸다고 한다. 어느새 오후 2시인가 그랬고, 수술후의 통증은... 쨌던 곳이 아픈것보다는 몸을 지탱하는 허리쪽 양쪽 근육통으로 한참 고생했었다. 수술을 위해 절개하고 허리를 벌려놓다보니 그랬던건지... 몸을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근육통이... 그게 3일은 갔던것 같음.




[ 수술과정에 찍은 CT ]


수술과정에서 찍은 CT인것 같다. 절개 부위를 벌여두기 위해 저런걸로 고정한듯... (물런 난 기억 못함)



[ 수술을 위해 등뼈 2개 제거후 붙이면서 생긴 핀 4개 ]


[ 의료용 스템플러로 박아둔 CT ]



척추 진입을 위해 등뼈를 제거하는데, 나의 경우 2개를 뜯어낸것 같다. 핀이 4개가 박혀 있는거보면... 그리고 하반신 허벅지부터 발바닥까지 바늘자국이 있었는데, 이게 수술하면서 신경과 연결된 부분을 감지하는 탐지장치라고 한다. 즉, 종양을 신경으로부터 제거하면서 혹시 신경에 붙어 있다면 그 종양은 제거하지 않는데, 다행히 나는 모든 종양을 제거하였다.


수술한 날 저녁, 교수님이 오셨는데 왜 침대에 있냐고 복도부터 걸으란다. 아니.. 수술한지 몇시간 지난 사람한테 와서 걸으라니... 첫날은 바퀴 4개달린 보조기구를 잡고 걸었던것 같다. 신기한 것은 일반적으로 수술후에 통증때문에 다들 진통제 먹고 무통주사 놓고 난리라는데, 나는 전혀 그런게 없었다. 움직일때 힘이 들어가서 근육이 아팠던 것 외에는 통증은 사실 없었다. 복받은게지...


첫날은 소변 등 배변이 어려웠었다. 수술하면서 배뇨관을 넣어둔지라, 부어있어서 그랬던것 같고 하루지나니 괜찮아짐. 



[ 병원 복도. 걸을 수 있게 원형으로 연결되어 있다 ]


첫날만 위 사진의 할아버지가 사용하는 보조기구로 걸었었고 다음날부터는 잉겔 지탱하는 기구를 붙잡고 걷는 연습을 했었다. 4일만에 퇴원하라는거 하루 더 있다 퇴원함. 사실 4일정도 있으니, 생각보다 빨리 회복했고 퇴원할 수 있긴 했다... 아무래도 대학병원이다보니 회전율을 매우 중시하는 것 같았고, 수술환자도 많이 있는데 병실의 한계로 인해 왠만하면 퇴원시키는 분위기...


나중에 수술한 부분을 보니 생각보다 절개한 부분이 컸는데 대략 15센티는 된것 같다. 디스크 환자의 경우 5센티 이내라는데 왜이렇게 크게 절개 했는지 교수에게 물어보니, 원래 그렇단다... 뭐 할말이 없더만...;;;



[ 퇴원후 혹시 모를 통증이 있는 경우 먹을 약 ]


퇴원시에 혹시 모를 통증에 대비해 약을 주었다. "마약"류인듯 한데, 결국 먹지 않고 아직 가지고 있음... (혹시 딴거때문에 아플때 먹으면 진통제 역할을 할려나? ㅎㅎ)



[ 의료용 스템플러 박힌 사진 ]




[ 2주후 의료용 스템플러 제거 ]



[ 2주정도 지나니 살도 다 붙음 ]


조직검사후 결과는 상의 세포종. 종양은 제거 했지만 점액질성분이 많아 들러 붙는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은게 있어 재발할 수 있으니 자주 MRI를 찍어 검사해야 한다고 하였다.


수술후 한달정도 조심했고 그 후에는 사실, 불편한거 없이 너무나 잘 생활하고 있다.



[ 수술 후 경과 ]


수술후 오늘로 거의 1년이 되어 간다. 그 동안 MRI도 2차례 찍어보았고, 다행히 재발하진 않았다. 골프 스윙도 해보고 하는데, 특별히 불편한 것도 없고 아프지도 않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이렇게 인생에 있어서 건강상 큰 사건은 종료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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